진검수련, 질문과 답

진검수련,  질문과 답

글을 시작하며

근래 진검수련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듯 합니다. 그러나 막상 진검수련을 시작하려는 분들은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 막막해 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진검수련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궁금했던 점이 있는데, “검도를 하면서 과연 진검수련이 필요한 것인가?”, “또 진검수련이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하고 해야 할까?”에 관한 것 등등이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제 자신에게 던졌던 몇 가지 질문들을 풀어 가며,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진검수련에 관심을 갖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시작합니다.

검도를 하면서 진검수련은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

검도를 하다보면 수련에 단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작해서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몸 만들기에 치중하게 됩니다. 불필요한 힘을 빼고, 당연히 체력을 늘려야 할 것이며, 차차 기검체일치(氣劍體一致)에 의한 타격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호구를 입고 대련에 들어가서 스텝이 되고, 자신의 몸을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게 되었을 때, 크게 부딪히는 벽이 하나 생기는데, 그것은 타격대를 칠 때 느낄 수 없었던, 움직이는 상대에 대한 부담감이고, 그것은 나도 모르게 공포심과 긴장감을 주어서, 그 동안의 몸만들기가 마치 수포로 돌아가는 듯한 생각에 빠지게도 됩니다. 타격대를 칠 때 잘되던 동작들이 움직이는 상대 앞에서는 마음대로 되지 않을뿐더러 거리나 타이밍을 맞추기도 힘들게 되는데, 여기서 우리는 결국 몸이 아니라 마음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평상심(平常心)이나 부동심(不動心)을 자주 되새기게 됩니다.

이 때부터 검도의 참 맛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검도는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수련과정을 거치면서 중심(中心)을 찾게 되고 기위(氣位)를 느끼게 되는데, 그때가 비로소 기검체일치를 이해하고 행하게 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진검수련은 바로 이 시기에 중심과 기위를 키워주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칼의 원리를 이해하고 단전의 힘을 배양시키면서, 진검의 절제된 선을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동작과 잔 칼을 떨쳐버리는 데도 역시 도움을 줄 것입니다.

– 진검수련,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획일적일 수 없겠지만, 우선은 발도(拔刀)와 납도(納刀)에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검은 죽도와 다른 긴장감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칼을 들었을 때 좀더 신중하고 집중할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칼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진검수련을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칼을 뽑고 넣는 연습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며, 다른 어떤 것보다 기본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수련의 정도가 깊어갈수록 나중에는 베기의 어떤 동작보다도 발도와 납도의 매력에 끌리게 되는 것이 수련을 오래 한 분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 베기의 각 동작에서의 요점

지면상 자세한 언급은 피하고 팔방베기를 기준으로 각 동작의 요점을 요약하며, 팔방베기의 연습은 먼저 정면 내려베기를 통해 칼의 길을 익혀야 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칼의 원형선(圓形線)이라 생각합니다. 오른손으로 밀어서 칼끝이 먼저 나가거나 왼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하며, 단전의 힘으로 베기를 하고, 허리가 너무 굽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 주어야 합니다.

좌우내려베기에서는 칼날의 각도가 중요한데, 홈이 있는 칼로 칼바람소리에 신경을 쓰며 연습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몸의 중심이 단전과 허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어깨가 빠지는 자세는 좋지 않습니다. 이때는 코와 배꼽의 수직선을 일치시키면 도움이 됩니다. 우리 도장에서는 천장에 두루마리 휴지를 매달아 늘어뜨리고 좌우내려베기와 올려베기를 연습하는데, 칼날의 각도와 원형선의 흐름을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좌우올려베기는 원형선과 함께 좌에서 우, 우에서 좌로 중심이동이 매우 중요하며, 베고 난 후의 안정된 자세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흔히 베고 난 후에 허리가 뒤틀리는 경우가 많은데 양 손 팔꿈치를 적당히 펴주는 것이 좋습니다.

수평베게에서는 칼의 길이 수평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데, 약간 아래쪽으로 벤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또 중심이동의 시점이 중요한데, 이것은 야구나 골프의 스윙을 연상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즉, 모두 왼손의 운영을 바탕으로 큰 호를 이루며, 단지 허리를 돌리는 것이 아니고 진행방향으로 체중 이동을 하면서 임팩트 순간을 맞이하는 개념입니다. 마지막으로 찌름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허리로 찌르듯이, 손목을 짜주면서 합니다.

이와 같이 기본베기 동작을 연습하면서 원형선과 칼과 칼날의 각도와 중심이동의 문제, 또 단전의 힘에 의한 베기 등을 이해하고 익힙니다.

– 진검수련과 죽도대련의 상호연관성

저는 베기 수련을 하면서 죽도 대련과 이질감을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죽도 대련 시에 중요한 것은 상대성(相對性)으로, 움직이는 상대와의 거리와 시점을 들 수 있는데, 흔히 베기를 할 때는 칼을 뽑아 물체에 근거리까지 접근하여 편한 호흡의 베기를 하기 때문에, 죽은 물체를 단지 기능적으로 베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생겼습니다. 이는 거합(居合)과 발도술(拔刀術)을 별개로 하여 행하기 때문이라 생각되는데, 마치 서부활극에서 총잡이가 상황에 대처해 빠르게 총을 뽑는 것과 정확하게 명중시켜야 하는 두 가지를 모두 중요시하는 부분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결국 칼을 뽑아서 베는 동작까지의 사이에 틈을 두지 않는, 연결과 흐름이 중요하다 하겠고, 눈에 보이는 상대의 움직임에 따른 거리와 시점 외에 상대의 기(氣)를 제압하는 기위(氣位)나 존심(存心)과 같은 내면적인 중요성을 실감하여야 할 것입니다.. 죽도 대련과 진검 수련을 병행하며 서로 보완해 나가면 그에 따르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어떤 칼을 써야 할까?

검도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면, 학생부·청년부·장년부 모두 그들 나름대로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검력이 쌓이면서 불필요한 동작이 줄고 기본기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느끼게 됩니다. 칼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에는 기교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되고, 테크니컬한 베기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데, 그 보다는 크고 바른 자세로 절제된 동작에 의한 단순한 베기 동작을 많이 하는 것이 수련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래 짚단베기용으로 제작된 삼각도보다 배가 나오고 홈이 있는 칼을 권하고 싶습니다. 삼각도의 경우 가볍고 물체 저항력이 약해서 자칫 손목 스냅으로 가볍게 흐를 수 있으므로, 단전의 힘을 키우고 중심이동을 이해하며 큰칼을 쓰기보다는 연타와 빠르기에 집착하여 다소 기교적으로 흐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글을 마치며

지금의 진검수련은 훌륭한 기능인이 되어서 전쟁에 나가 써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철학적 요소를 찾아 자아를 실현하려는 과정의 일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고인(故人)이 되신 검도계의 큰 스승이신 김영달 선생님께서는 ‘칼은 각(角)을 싫어하고 원(圓)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 안에 우리가 찾으려는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끝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칼을 잘 다루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잘못 다루었을 때 초래되는 결과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존심(存心)을 잃지 않고 수련에 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검수련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길 바라며 짧은 글을 마칩니다.

새천년 봄에  성무관 관장 성진규